사회학은 과학인가? 사회학이 과학이 아니라고, 혹은 사회학은 과학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 중에는 자연과학의 과학성을 치켜세우면서 애매하고 복잡한 대상인 사회를 다루는 사회학은 자연과학 수준의 엄밀성을 가질 수 없고, 따라서 과학이 아니며 과학이 될 수도 없다고 말하는 부류가 있다. 물론 여기서 자연과학의 대표주자로 나오는 것은 대체로 늘 물리학이다.

이런 주장은 일반적으로 자연과 인간이라는 대상을 질적으로 다르다고 가정한다. 즉 예외 없는 규칙을 따라 움직이는 자연에 비해 사회학 혹은 심리학의 연구 대상인 인간은 제각기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판단 기준과 감정을 가지고 행동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연구가 불가능하다는 가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주장의 시각에선 현실에는 아무런 규칙도 없고 단순히 우발적인, 개별적인 상황들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주장이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의 행동은 상당히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하다. 어제와 오늘의 하루 일과를 비교해보라.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은 인간이 매우 패턴화된 행동 양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규칙성 때문에, 인간의 내면은 객관적으로 관찰 불가능한 것이기에 관찰 가능한 인간의 행동만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심리학의 행동주의 또한 그 나름의 방식대로 인간 행동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고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측정과 실험의 방법이 발전하면서 심리학은 인간의 내면 또한 객관적인 방식으로 분석하는데 성공했고, 심리학이 예측할 수 있는 대상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물론 인간은 에측할 수 있으나 인간이 많이 모인 복잡한 사회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사회에서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의 행동을 제약해서 전반적인 변화를 보다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다시 한 번 오늘과 어제의 일과를 떠올려보라. 두 일과의 유사함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물론 개인적인 습관에 의한 것도 많이 있겠지만 사회적인 환경과 조건이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회학은 사회 현상에 대한 비평과 성찰이며, 따라서 비평과 성찰에 과학성을 논하지는 않듯 사회학이 과학이 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사회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거는 기대가 완전히 다른 경우이며 따라서 이 둘을 화해시키기는 쉽지 않다. 많은 경우에 이 두 입장은 서로 말도 잘 통하지 않는다. 과학으로서의 사회학을 이상으로 삼는 이들은 좀 더 나은 설명과 예측을 위해서 지식을 축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성찰로서의 사회학을 목표로 하는 이들은 마치 문예 비평이 계속해서 새로운 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추가해 사회학을 다양화해나가는 것이 사회학이 가야할 길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전자의 시각에선 후자가 딱히 발전을 목표로 하지 않으면서 너절하게 말만 늘어놓는 것처럼 보이고, 후자의 시선에선 전자가 과학이라는 말에 쓸데없이 얽매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학이 과학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사회학이 과학이 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반박하기는 어렵다. 이는 학문이 어떠해야 하며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관점 자체가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입장은 일반적으로 서로 무간섭주의를 공언하며 사회학이라는 학문 아래 공존하고 있다. 사회학이라는 좁은 공간 아래에서 서로 전혀 다른 두 입장이 뒤엉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히 불편한 일이지만, 아마 앞으로도 그런 공존 아닌 공존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