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츠의 상식과 사회학적 설명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논문이라 이전에 잠깐 요약을 했었다. 요약을 더 요약하자면 와츠의 논지는 다음과 같다.

사회학 이론들은 대부분 합리화 가능한 행위라는 개념에 기반하고 있다. 합리화 가능한 행위란 개인의 행위 혹은 집단적 현상이 의도, 믿음, 행위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 기회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 왜 이렇게 간주하는가? 그렇게 가정하면 현상을 이해하기 아주 쉽기 때문.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 있는 행위자들이 서로 복잡미묘한 상호작용 과정을 거쳐서 특정한 결과에 이르렀다고 설명하는 것보다는 어떤 환경과 집단의 성향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하는 것이 훨씬 쉬움. 전자는 인간이 이해하기 매우 어렵고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음. 그렇다면 합리화 가능한 행위 개념이 왜 문제인가? 와츠가 드는 이유는 프레임 문제, 불확정성 문제, 결과 문제 3가지.

프레임 문제는 행위자가 행위할 때 관련이 있거나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알 수 있는가 하는 문제. 당연해보이지만 아주 어렵거나 불가능한 문제라고 함(그 유명한 Fodor가 제기한 문제라고 한다). 이 문제에 가장 시달린 건 합리적 선택 이론.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요인들을 고려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증가하게 됨. 문제는 증가한 요인들로도 행위를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

불확정성 문제는 집단적 현상을 설명할 때 어떤 대표 행위자를 가정해서 설명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 예를 들어 시위가 발생했다면 그 시위의 발생 요인을 시민들의 불만이 누적되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설명하는 식. 이때 불만이 쌓인 시민을 집단의 대표 행위자로 가정해서 집단적 현상을 설명하는 것. 문제는 수리사회학이 잘 보여주듯 개인적 특성이 약간 달라져도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개인적 특성이 크게 달라도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즉 전체는 부분이 아니며 행위자들의 특성으로 전체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함.

결과 문제는 어떤 사건을 사건이 일어난 시점에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 사건이 중요한지 어떤지는 이후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알기 이전에는 불가능함. 사소해보였던 사건이 매우 중요한 결과로 이어지거나 매우 중요할 것 같았던 일들이 이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지게 된 일은 많지 않은가? 그리고 지금 평가가 이후에도 지속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이후에는 또 다르게 평가될 수 있음. 그리고 애초에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주목하는 것 자체가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통해 선정한 것. 사건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경험이 사건을 유발한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평가하는데 개입한다면 정확한 설명이라 할 수 없음.

위와 같은 세 가지 문제가 합리화 가능한 행위의 문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통적인 방법은 실험과 Counterfactual 모형. 그러나 실험은 하기 어렵고 Counterfactual 모형 또한 모형을 정확하게 기술하기 어려움. 그리고 둘 다 프레임 문제에 걸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와츠는 모형을 예측 능력으로 평가하자고 제안. 예측 능력으로 평가하자는 것은 충분조건은 아니고 필요조건. 예측 능력이 없는, 그러니까 분산 설명량이 10% 정도 밖에 안 되는 모형은 사실상 현상을 거의 대부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신뢰로운 예측을 하지 못하는 모형과 설명은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음.

사실상 와츠의 요지는 실제로 인과적인 설명이 아니라 인과적인 것처럼 쓴 ‘썰풀기’를 몰아내자는 것. 엔론 사태나 금융 위기의 원인인 무엇인가? 와츠에 따르면 그런 고유한 역사적 사건의 원인은 설명할 수 없음. 재현해서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애초에 왜?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음. 원인에 대해 수많은 가정과 가설이 가능하고 어떤 요인을 바꾸면 결과가 다를 것인지 하나하나 검증할 수밖에 없음.

예측 능력을 중시하게 되면 기존에 해왔던 것과 같이 유려한 이야기와 분석으로 현상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해짐. 그보다는 훨씬 뻔하고 당연해보이는 설명 밖에 할 수 없음. 그러나 그것이 건전한 과학의 길이라는 것이 와츠의 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