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 싶어서 찾아봤는데 대충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은 인공지능이나 로보틱스 등으로 인해서 산업 현장에서 급진적인 자동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인 듯 싶다. 뭐 굳이 산업 현장이라고 특정하지 않아도 여러 영역에서 자동화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이런 변화가 실제로 발생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대비해야 할까? 미래의 일이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대비할 가치는 있을 듯 싶다. 힌튼에게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에 맞먹을 정도로 발달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물어봤더니 최소 5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http://www.businessinsider.com/a-google-ai-godfather-says-machines-could-match-human-abilities-in-5-years-2016-3 대충 5년 정도는 어떻게 돌아갈지 감이 잡히는데 5년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는, 뭐 그런 의미다. (이 말을 한 것도 1년이 지났으니 힌튼의 posterior도 업데이트 되었을 것이다.) 어떻게 될지 감이 안 잡히는데 그 결과가 어떨지도 잘 예상이 안 되면 대비하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이다. 옆에서 탄광에 고인 물을 퍼내겠다고 물을 끓이고 있으면 같이 물을 끓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지금 인공지능 연구를 찍어내고 있는 한 축은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등의 기업이다. 기업이야 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알아서 할 것이고 알아서 안 하더라도 누가 하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아니면 국가 차원에서 테크 벤처 등에 투자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게 가장 논쟁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효과적인지 아닌지, 더 나아가 효과적일 수 있는지 아닌지 하는 문제는 잘 모르겠다. 벤처를 해본 적도 관료의 입장에서 투자 결정을 해본 적도 없어서…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이미 정책 제안으로도 나오고 있는 인프라 구축. 인프라 구축이라는 게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컨대 GPU 인스턴스를 아마존보다 싸게 공급한다거나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그런 게 인프라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학계에 대한 투자. 잘 알려져 있듯 뉴럴 네트워크는 지금처럼 급부상하기 전에 긴 겨울을 겪었다. 이때 뉴럴 네트워크 연구자들을 지원했던 것이 캐나다의 CIFAR다. 그리고 이때 CIFAR의 지원을 받았던 것이 힌튼, 르쿤, 벤지오 등등 아주 이름부터 큼직큼직한 양반들. https://www.thestar.com/news/world/2015/04/17/how-a-toronto-professors-research-revolutionized-artificial-intelligence.html 어쨌든 캐나다는 이때 다들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았던 뉴럴 네트워크 연구에 투자를 한 덕분에 나름 그 덕을 보고 있는 듯 싶다. 이미 뉴럴 네트워크가 신박하다는 건 너도나도 다 알고 있으니 좀 늦긴 했지만 반대로 신박하다는 걸 다들 알고 있으니 투자하지 않을 이유도 없긴 할 것이다.

아마 이게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거의 전부가 아닐까? 다들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얼마나 잘할 수 있느냐, 그러니까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인 듯 싶다.

오히려 더 재미있을 부분은 4차 산업혁명 자체가 아니라 과학과 기술 학계에 대한 투자에 대한 정책과 기획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