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라스트 오브 어스 2는 증오와 적대에 대한 게임이다. (인터뷰) 게임에서 싸우는 것이 일상이고 증오와 적대가 게임에 등장하는 것이야 대수로운 일도 아니지 않을까? 그러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증오와 적대라는 그 자체의 문제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어쨌든 다들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적대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 아니 그렇게 말을 하긴 하니까. 그러니까 다들 “나는 혐오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 같은 식으로 말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에서 증오와 복수의 연쇄를 끊어야 한다 같은 메시지를 바로 읽어내고 식상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적대라는 불편한 메시지가 나왔다면 대충 적대는 나쁘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덜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증오와 적대는 우리의 삶 혹은 사회의 정확한 일부분이다. 적대는 나쁘다는 말로 사라지게 할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는 우리가 적대하는 타인과 다른 집단에 대해 그들의 삶이 고통스러워지는 것을 또는 잔인한 보복을 혹은 그들의 죽음을 얼마든지 찬성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향한 적대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 적대에 대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건, 혹은 우리가 다른 이들에 대해서 아끼지 않을 적대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야만 한다.

그 논란 많은 조엘의 죽음을 묘사하는 장면으로 게임은 플레이어를 쉽게 이 증오와 적대의 감정으로 끌어들인다. 저들에게 잔인하게 보복하고 싶다는 생각 -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그런 장면이 나오기를 바라는 생각. 이 장면에서부터 게임은 미묘하게 조엘을 죽인 자들이 그렇게 사악한 이들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굳이 조엘의 죽음을 빨리 끝내려고 하는 자도 있고 엘리와 토미도 죽이려는 것을 막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이것이 이들도 그렇게 나쁜 이들은 아니니까 증오하고 복수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인 것은 아니다. 애초에 증오와 적대는 선악의 문제 그 자체는 아니다. 상대 집단이 악하다면 증오하기가 한결 더 편해질 것이고 이 편안함을 위해 상대의 사악함을 증명하려 애쓰는 이들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느껴지는 복수와 증오를 원하는 강렬한 감정. 이 감정 자체를 인정하기 싫은 경우도 많은 것 같지만 (어쨌든 다들 적대는 나쁘다고 생각은 하니까) 이 강렬한 감정을 경험하고 인정하고 또한 다루는 것이 나는 의미있다고 본다.

게임은 이렇게 적대를 조성한 다음 그 적대를 어디까지 끌고갈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 상황을 계속 조성한다. 여정 중간에 만나는 WLF와 세라파이트들도 몰살하고 애비의 친구들도 처참한 방식으로 살해한다. 어차피 포자를 마셔서 죽게된 상황이니 친구를 위해 입을 열지 않겠다는 인물(노라)을 폭력으로 입을 열게 만들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엘리는 상대가 임산부였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임산부까지 살해한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임신한 상태인 디나를 엘리 옆에 붙여두어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면서까지 이 여정을 지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라스트 오브 어스 2는 게임 플레이 자체가 이런 질문들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엘리가 적의 목에 칼을 꽂아 암살하는 장면에서는 적이 죽어가는 과정을, 말 그대로 숨통이 끊어지는 과정을 처절하게 묘사한다. 사격 위주로 플레이해도 한 번에 바로 사살하지 못하면 고통스럽게 절규하는 것이 똑똑히 들린다. 죽지 않은 적이 살려달라고 비는 장면도 -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사살하게 되는 장면도 적지 않게 나온다. 거기에 애비의 친구들을 죽이는 시네마틱들까지. 물론 게임은 대체로 적을 죽이지 않았다면 내가 죽었을 것이라는 단서는 달아둔다. 그러나 차라리 적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묻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엘리는 그 문제 끝에 여정을 그만두기 직전까지 간다. 결과적으로 엘리 파트는 적대의 시작에서부터 보복의 과정들을 전개하면서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가? 하는 물음으로 이어나간다. 이는 단순히 복수는 복수로 갚으면 안 된다거나 복수의 연쇄를 끊어야 한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정말로 복수를 위해 상대를 직접 살해하는 현장에 맞닥뜨렸을 때 - 즉 집에 앉아 저들은 죽어 마땅하다고 그들에 대한 보복에 찬성하는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 - 우리가 그 적대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우리가 우리의 그 참혹한 복수, 살해를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

그리고 게임은 애비 파트로 이어진다. 이 파트로 이어지기 직전에 하필이면 애비가 ‘조엘만 죽이고 니들 둘은 살려줬는데 이렇게 갚을 수가 있느냐’는 식으로 한껏 어그로를 끌어놓은 후라 플레이하기 짜증나는 건 사실이다. (명백히 의도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좀 버티면서 하다보면 재미있는 지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물론 이 파트는 이 나쁜 놈들처럼 보였던 놈들이 사실 그렇게 나쁜 놈들은 아니었고 나름 좋은 부분도 있고 인간적인 부분도 있고(애비의 고소공포증 같은 것들. 게임 내에서 올라가는 높이를 보면 단순히 고소공포증의 문제 수준이 아닌 것 같긴 하지만.) 하는 것들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치라고 할 수도 있긴 하겠다. 그런데 이런 아이디어들은 좀 뻔하기도 하고 그다지 감흥이 느껴지기도 어렵다. 애초에 위에서 적은 것처럼 적대와 복수는 상대가 악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니까.

이 파트에서 포착할 수 있는 흥미로운 것 한 가지는 애비가 처참한 복수 끝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다. 복수했더니 허무하더라 같은 것은 아니고 그 복수 상황에서 애비가 드러낸 잔혹한 폭력성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그 어긋남이 유도하는 문제가 핵심이다. 이는 멜의 대사에서 드러난다. 조엘이 나쁜 것은 맞고 더 심한 방식으로 죽였어도 됐겠지만 자신은 그런 상황에 연루되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 복수를 끝내면 자신의 세상에서 조엘만 제거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 같았지만 그렇게 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 파트는 애비가 레브를 구하는 과정을 통해 라스트 오브 어스 1편의 조엘과 엘리의 모습을 재현한다. 그런데 이 파트는 애비가 온갖 어그로를 끈 이후이기 때문에 1편과는 달리 심리적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이 거리감 자체가 1편의 서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기도 한다. 동시에 이 레브를 구하는 여정은 애비가 자신에게 인간성이 남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는 오언이 참혹한 살해들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희망(파이어플라이)을 찾아 떠나려 하는 것, 우리가 빛을 추구하는 것을 어느 순간 포기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대사에서 드러난다. (아주 공교롭게도 애비는 이 말을 들은 밤 꿈에서 야라와 레브를 보고 이들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는 멜의 대사에서 다시 드러난다. 그렇게 폭력성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인간이 다른 사람(야라와 레브)을 구하면서 무슨 선한 면이 남아있는 것처럼 속이려 드는가? 라는 식으로.

즉 애비 파트는 애비가 자신에게 인간성이 남아있음을 증명하려는 과정을 통해 그렇다면 그렇게 처음부터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을 수 있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끌어들인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미 자신이 저질러버린 일 때문에 애비는 파국으로 나아간다. 결과적으로 애비는 자신의 모든 것과 모든 친구들을 잃는다. 무언가 새로운 삶을 추구해보려고 했던 오언은 그 삶을 위해 나아가보기도 전에 죽고 관계가 어긋난 멜 또한 관계를 복원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전에 살해당한다. (자기 바로 옆에서 더 친해보였던 매니가 죽었을 때보다 이 둘이 죽었을 때 애비가 더 오열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둘이 제기하는 문제가 애비에게 더 중요했다는 것을, 그리고 이 둘이 죽음으로서 애비의 행위에 대한 완전한 대가가 애비 자신에게 완전히 돌아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게임은 이제 엘리 파트로 다시 넘어간다. 복수를 더 지속할 수 없었지만 엘리는 끊임없이 조엘의 죽음의 장면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조엘의 죽음 전날 밤 조엘에게 다시 자신의 인생에 개입하지 말라고 폭언을 쏟았던 것 때문일 것이다. 조엘과의 관계를 다시 완전히 복원하기 전에 조엘을 잃어버렸다는 회한. 결과적으로 엘리는 이 회한을 견디지 못하고 애비를 다시 찾아나간다.

게임의 엔딩이 평이 많이 갈리는 것 같지만 게임을 여기까지 진행한 상태에서는 그 엔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엔딩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가기도 하고 그 예상되는 엔딩을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 황소 같았던 애비가 몰라볼 정도로 초췌해진 상태로 등장하고 엘리와 애비의 마지막 격투는 정말 처절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미 거의 죽기 직전처럼 보이는 애비를, 마찬가지로 몸 상태가 말이 아닌 엘리가 칼을 휘둘러 자상을 입히고 마침내는 물 속에 빠뜨려 질식사시키려는 장면이 이어지면, 게임이 지금까지 끌어왔던 문제가 다시 등장한다.

정말로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가? 이 둘의 결말이 이런 모습이어야만 하는가?

그러니 엔딩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고 또한 그렇게 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게임은 다시 회한으로 이어진다. 엘리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디나와 JJ는 떠난 이후다. 자신의 방에 있었던 물건들은 남아있었지만, 자신에게 가장 의미있는 물건이었던 기타는 손가락을 잃어 제대로 코드를 짚을 수 없다. 엘리는 조엘과 다퉜던 그날 밤을 다시 회상한다. 관계가 파탄나긴 했지만 그래도 복구하기 위한 노력을 해볼게요. 그런 말이나마 할 수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게임은 집을 떠나는 엘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애비가 파이어플라이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처럼 엘리 또한 잭슨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이 회한의 끝에 새로운 것을 시작해볼 수 있게 됐을지도 모른다.

이미 게임의 스토리가 흥미롭다는 이야기를 실컷 쓴 것 같지만 다시 한 번 쓰자면 라스트 오브 어스 2의 스토리는 정말 흥미롭다. 사실 이야기 자체보다도 그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이 더 흥미롭다. 나는 게임에서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플레이를 멈출 수 없게 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라스트 오브 어스 2는 그런 종류의 게임은 아니었다. 위에서 엔딩과 관련해서 썼지만 플레이하다보면 이 서사가 어떻게 이어질지, 그리고 어떻게 이어져야만 하는지가 감이 잡힌다. 그런데도 이 서사를 보여주는 방식이 정말로 훌륭해서 몰입하게 된다. 연출이나 캐릭터들의 연기도 그렇고 게임이라는 특성을 이용하는 장면들도 그렇다. 정해진 스토리 위주로 흘러가지만 결국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게임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복수를 위한 살해의 장면에 플레이어가 직접 참여하게 만들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정말 이것들을 계속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이 특성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특별한 자유를 주는 것도 아니면서 결과적으로는 왜 그런 짓을 저질렀냐고 묻는 것 같아 불쾌하게 여겼다는 반응들도 있지만 나는 이러한 답보다는 게임이 던지는 질문 자체와 그 질문의 형태가 핵심이라고 본다. 복수를 이렇게까지 하면서 지속해야 하는가, 혹은 이렇게까지 했어야만 했던가라는 질문이 괜히 복수하고 증오한다고 사람 죽이지 말고 착하게 살자라는 답으로 이어지므로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게임이 플레이어들을 스토리에 참여시키면서 이끌어오는 것은 그런 결론 자체가 아니라 강렬한 복수의 감각, 그리고 그 감각을 따라 정말로 자기 자신이 상대를 살해하는 현장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얼마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행위에 대한 결과가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이후에 자신이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하게 될지, 또한 회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안락의자에 앉아 복수와 적대와 증오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자신이 그 복수와 증오를 직접 행해야 하는 현장에 플레이어를 위치시키고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그 이후에는 어떠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답이 어떠한가보다 질문이 더 중요한 것이다 - 그 질문이 있기 전에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 따라서 생각해보지 않고 내놓을 수 있는 답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스토리에 대해 쓸데 없는 말을 많이 했으니 게임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려 한다. 그래픽은 정말 훌륭하고(난 그래픽에 대한 선호는 그렇게 없는 편이긴 하지만) 파밍도 별로 지루하지는 않다. 좀 (게임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서는 역설적이지만) 사격전이 꽤 재미있었다. 퍼즐도 나쁘지 않은데, 특히 로프를 사용한 퍼즐이 정말 흥미롭다. 이게 특별히 재밌어서라기보다도 게임으로 로프를 던지고 어딘가에 걸리고 당겨지고 그에 따라 로프가 움직이는 모든 동작들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게 굉장히 놀랍다.

결론적으로 게임 플레이는 TPS에 약한 나도 충분히 재미있었고 전투와 퍼즐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 그러니까 스토리나 연출 등은 정말로 훌륭했다.